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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영화 리뷰

어디갔어 버나뎃 - 길을 잃은 건축가, 그 반짝이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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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싫고 사는 도시 시애틀이 끔찍하고 딸과 같은 학교 엄마들은 각다귀 같은 존재들 뿐이라고 생각하는 버나뎃이 도대체 어디갔는 지 돌아오는 지, 아니면 만날 수 있는 지 그것도 아니면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인지 묻고 찾아가는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입니다.

 

목차

     


    영화 리뷰 - 어디갔어 버나뎃

    어디갔어 버나뎃
    어디갔어 버나뎃 주연 케이트 블란쳇 - 사진제공 : 다음영화

     


    어디갔어 버나뎃 키워드 - 실화, 원작 소설, 남극기지

    이 영화는 일단 실화가 아닙니다. 여러 검색엔진에서 연관 질문 중 하나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 인데 마리아 셈플 동명 소설을 원작을 각색한 영화입니다. 아마도 남극기지 건축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같이 나와서 실제 있었던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동명의 소설은 무려 84주간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에 오른 작품이고 이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은 완전한 픽션입니다.

     

     

     

     

     


     

    어디갔어 버나뎃 - 인물소개 

    버나뎃 폭스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중학생의 아이를 둔 40대 중년여성입니다. 남편은 잘나가는 개발자로 마이크로소프트 파트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애틀은 남편의 직장이 있는 곳으로 그녀에게는 연고지가 없는 곳입니다. 그녀는 엄청난 불면증과 더불어 불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안티 시애틀, 안티 동네주민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남편과 딸을 제외하면 사회적 유대관계가 제로에 수렴할 정도로 신경쇠약 직전 위기의 주부입니다. 극 초중반부 까지는 모든 것에 불평불만, 짜증폭발, 여느 미국영화 답지 않게 이웃 사촌들과 적대감을 쌓는 것 까지 왜 저러나 싶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고 있자니 더 그러했는데 역시나 이유가 있었습니다. 버나뎃 폭스는 세계에서 인기있고 유명한 건축가이자 맥아더 상을 받은 현대 건축계의 천재 아티스트입니다. 제로이스트 환경주의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건축계를 떠나 아이의 학교 종치는 시간을 챙기는 것이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으니 왜 그렇게까지 사사건건 볼멘소리나 한 것인지 감 잡을 것 같습니다. 

     

     

     


     

    어디갔어 버나뎃 - 줄거리 

    딸이 남극기지를 가족과 같이 가는게 소원이라고 합니다. 유산 끝에 얻은 소중한 아이인데 심지어 매우 아프기 까지 했었습니다. 그런 딸 비의 소원을 안들어 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온갖 안티소셜증세를 가지고 그녀의 가상비서 인도인 만줄라와 한편으로는 남극여행 준비를 하며 또 한편으로는 가지 않을 묘수를 고안합니다. 나쁜일은 원래 한꺼번에 찾아온다 했을까요? 가뜩이나 하루하루 버티는게 힘든 버나뎃에게 그녀의 가상비서 만줄라는 사실 러시아계 마피아고 남편 엘지의 신용카드 비밀번호도 알고 있으며 가족이 남극으로 떠나면 바로 시애틀로 날아온다고 합니다. 사건 해결차 FBI가 나타납니다. 화장실 수납장을 가득 채우는 약들과 이웃사촌 오드리네가 진흙탕이 되어버린 것으로 공식적인 마을 문제아가 되버린 그녀에게 남편이 심리상담가와 함께 정신병원을 권유합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의도적으로 영화 중반부 교차편집을 진행합니다. 남편이 오직 그의 시선으로 본 아내 버나뎃에 대한 결론은 어디간 버나뎃이 돌아오지 않으니 진료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자로 끝납니다. 그와 함께 교차하는 씬은 버나뎃 폭스가 20년전 건축과 동기 폴과 런치를 하는 장면입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그러나 사실은 계속 말하고 싶어했던 건축계를 떠나면서 부터 딸을 낳고 기르는 현재에 이르기 까지 속사포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이 이상해지고 있다며 미쳐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합니다. 여기서 아주 오랜만에 본 지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언가를 창조하라고. 너는 아티스트라고. 넌 예술을 하기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어디갔어 버나뎃 - 깨달음과 결말

    버나뎃 폭스는 깨닫습니다. 어디가지 않았고 여기에 있으나 계속 회피하고 있었다고. 돌아오지 않는게 아니라 멈춰 있는 것이라고. 그녀는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는 남편을 피해 집에서 도망칩니다. 서로의 바닥을 보여준 이웃사촌 오드리에게 진심으로 집안을 진흙탕으로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 씬에서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정말 예술입니다. 이미 그렇지만 명배우란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는 남극으로 갑니다. 그렇게 가고 싶다던 딸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떠나고 싶었을 겁니다. 다시 자신을 찾기 위해서. 꼭 어디를 가야지만 비로소 나를 마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의 반복되는 일상을 멈추고 나를 찾아 나서는 여행은 비록 남극은 아니었지만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 터라 공감이 갔습니다. 깨달음이 그렇듯이 우연하게 남극기지 건설에 대해 얘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심장이 뛰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회피하지 않고 마주보려 노력한 버나뎃 폭스에게 기회의 신이 손을 내밉니다. 무작정 배를 타고 남극으로 보내달라 하고, 무작정 남겠다고 하고 모든게 무작정이고 무계획이지만 영화에서 봤던 그 어느 때보다 밝습니다. 딸 비 역시 엄마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어디갔어 버나뎃 - 개인적인 생각 

    사실 남편 엘지는 소설에서 바람을 피웠다고 하는데 영화는 감독의 재량 하에 예술가를 이해하지 못한 컴퓨터공학자로 스스로 반성하고 부인을 위해 외조할 준비가 되어있는 프리랜서로 거듭납니다. 도망가버린 버나뎃을 찾으러 가지 않는 아빠 엘지에게 딸 비가 말합니다. 이해가 안되더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그리고 본인은 있는 그대로의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어쩌면 버나뎃이 아티스트이자 건축가 그리고 크리에이터인 자신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지켜낸 심장, 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그녀가 꿈꾸던 남극기지를 건축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아마도 자신의 선택이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없애고 실생활에 유용할 수 있는 지, 쓰임새를 고민하는 건축가이기에 좋은 건축물이 되었으리라 봅니다. 2시간이 안되는 러닝타임에 세련되고 깔끔한 성장영화를 감상했다고 생각합니다. 20대에만 자아찾기가 있는 건 아니고 30대,40대 혹은 그 너머까지도 계속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길을 잃은 것 같고 지친 분들이 한번쯤 킬링타임용으로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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