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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영화 리뷰

고민은 많고 정답은 모를 때 보면 위안얻는 영화 - 리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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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정답을 알려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혼란한 과정 속에서 뭘 해야 될지 모르지만 먹고 땀흘리며 사계절을 보내는 20대 언저리 송혜원의 일상을 그린 영화입니다. 혜원이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밥벌이는, 진로는, 그 외 모든 것에 마침표를 찍거나 느낌표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물음표만 가득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주는 그런 영화 리틀포레스트 입니다.

  • 2018년 개봉. 임순례 감독.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주연
  • 리틀 포레스트 다시보기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유투브
  • 일본 동명 만화 원작. 이가라시 다이스케 작가.
  • 별점 : ★★★★☆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 출처 : 다음영화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청소할 때, 심심할 때 계속 틀어놓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 경북 군위군 우보면의 아름다운 마을 작은 집에서 4계절을 촬영했습니다. 무료로 개방된 곳이니 한번 쯤 들러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유의 인테리어를 철거하지 않았고 부엌 역시 영화에 나온 모습 그대로라고 합니다. 김태리가 타던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를 둘러보는 이벤트는 물론, 감을 말려놓은 영화 속 모습도 그대로라고 하니 여름에 한번 가고 싶어집니다.

이 영화는 음식영화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를 검색하면 밤조림 단어가 상단에 뜹니다. 이밖에도 배추전, 수제비, 계란 샌드위치, 크림브륄레, 아카시아 튀김, 시루떡 케이크, 오이 콩국수, 떡볶이 등 군침 나오는 음식이 한가득 나옵니다.

 

혜원은 무엇이든 뚝딱 쉽게 만들고요, 면보, 그릇 등 사용하는 식기며 요리과정이 정갈합니다. 요알못도 한번 쯤 저 주방에서 저렇게 요리해보고 싶게끔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습니다. 저는 가을 보늬밤조림에 설탕을 넣고 졸인다음 안그래도 단밤을 더 달게 만드는 건 한번에 조금씩만 먹게 하기 위해서라는 김태리의 나레이션이 오래도록 귓가를 스칠 것 같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음식 - 출처 : 다음영화


그런데 왜 제목이 리틀 포레스트일까요? 작은 숲을 뜻하는 사전적 의미말고 어떤 이 있는 지 의아했습니다. 사실 작은 집이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영화 말미 쯤 엄마 문소리의 편지에서 이해했습니다. 온기와 토양, 나뭇잎과 빛, 산과 논으로 둘러 쌓인 작은 집에서 아이를 키운 것은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였던 것 같았습니다. 마음 속에 나만의 숲을 가꾸면서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를 바라면서요.

물론 고3의 어린 나이에 한마디 말도 없이 달랑 편지만 남기고 떠난 것은 좀 너무하다 싶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에 유일하게 보낸 편지가 감자빵 만드는 법이었다는 것도 참 당혹스럽지만 혜원은 숲에서 살아 가면서 그런 엄마를 넓고 깊게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 과는 같으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스포를 하자면요, 일본판이 조금 더 현실적입니다. 시골 생활이란 게 낭만은 있겠지만 현실은 매일 중노동이잖아요... 일본판은 억척스럽습니다. 매일 매일 고된 일을 하고 밥 한끼를 차려먹는데 해사하게 웃진 않습니다.

 

피부도 푸석푸석하고 전체적인 배경도 빛이 가득 들어오는 한국판과 달리 전기를 아껴쓰는 느낌이 들며 어두운 편입니다. 하지만 하루를 살아내는 날것의 힘이 느껴집니다. 또 다른점이 있다면 엄마로부터 감자빵 레시피를 전달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거듭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냅니다. 한국판은 엄마가 돌아온 것 같다는 뉘앙스를 자아냈지만 일본판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만의 가정을 만듭니다.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문소리 - 출처 : 다음영화


리틀 포레스트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뽑자면 토마토 씬입니다. 주연배우 김태리 역시 엄마 문소리와의 토마토 씬을 뽑았더군요. 토마토를 우적 우적 씹으면서 아빠가 보고싶지 않냐는 딸의 말에 거의 다먹은 토마토를 밭에 던지면서, '저렇게 던져놔도 내년에 토마토가 열리더라' 라고 얘기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먼저 떠난 이를 향한 그리움과 원망, 보고싶음, 사랑의 감정은 지워내도 지워지지 않고 마음속에 주렁주렁 열리는 것임을, 그랬을 엄마의 감정을 이제는 이해하게 된 딸. 자라는 토마토와 혜원의 모습이 담백하고 싱그럽게 연출됩니다.

리틀 포레스트 다슬기, 김태리, 류준열 - 출처 : 다음영화


또 하나를 뽑아 보면 밤의 강에서 다슬기를 잡는 씬입니다. 같이 준비한 임용고시에서 남자친구만 합격한 이 거지같은 상황. 서울에서 이 곳으로 도피처마냥 떠난게 아니라 사실 돌아온거다 라고 말한 씬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습니다.
시작점을 다시 분명히 하는 것, 그건 회피가 아니라 출발의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리틀 포레스트 외에도 보면 좋을 성장영화를 추천합니다. 결은 다르지만 보고 나면 왠지 힘을 받고 묵묵히 뭐라도 하게 만드는 그런 감정과 마음이 들게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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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정리하고 추운 겨울 다시 도시로 떠났지만, 이번에는 웃으며 돌아온 혜원. 재하의 말처럼 단단해져서 돌아왔습니다. 엄마, 아내의 인생을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갔던 그녀의 엄마 역시 삶의 의미를 찾아 그 숲에, 그 작은 집에, 그 주방에 (아마도)다시 돌아온 것처럼요. 원을 그리며 성장없이 살아가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나선을 그리고 있어 옆으로든 위로든 커져있었다고 고백한 원작처럼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 갈 줄 알게 된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를 응원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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